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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식

타이베이의 연인들

작가
요시다 슈이치,이영미(역),
발매
2015.08.10
브랜드
[예담]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508p
크기
128*188mm
가격
14,000원
ISBN
978-89-5913-949-1 03830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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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을 잇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의 예감
타이완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두 나라 사람들을 따뜻하게 잇는 인연과 사랑, 화해에 관한 이야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장편소설 『타이베이의 연인들』이 예담에서 번역·출간됐다. 일본 신칸센을 타이완에 수출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국경과 시간을 넘나들며 두 나라 사람들을 잇는 인연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다양한 인생을 영상처럼 그려내는 요시다 슈이치의 예리한 관찰력과 감각적인 문장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엇갈린 인연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애틋한 재회의 장면은 특별히 『동경만경』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소설은 더 나아가 그 인연들로 인해 변화하는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인생길까지 아우른다.

이 소설에서 타이완은 각자의 인생길 어느 한 지점에서 엇갈렸던 인연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징적 공간이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나면 햇살이 더욱 찬란해지는 이곳에서 그들은 추억을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앞으로의 인생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보면서 독자들 역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불가사의한 인연과 미지의 인생을 기대하게 된다.



사랑과 인연을 말할 때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소설
“솔직히 고백하면 너를 줄곧 잊을 수 없었어.
필사적으로 잊으려 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었어.”


기차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선로 위를 달리면서도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정작 선로가 아니라 주변에 펼쳐지는 갖가지 풍경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삶의 다채로운 양상이기도 하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에서는 수주부터 착공을 거쳐 완공까지 오이물산의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가 이 소설의 뼈대가 되어주는 선로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선로를 달리면서 독자가 접하게 되는 풍경은 그 거대한 프로젝트에 어떤 인연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 드라마이다.

우연히 동행하게 된 단 하루의 타이베이 여행으로 서로를 잊지 못해 상대의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 여자 다다 하루카와 타이완 남자 료렌하오. 아내와의 불화에다 매사 계획대로 일이 진행돼야 한다는 강박으로 괴로워하는 타이완 주재 일본 상사원 안자이 마코토와 그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현지인 호스티스 유키.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히고 만 친구에게 돌아가 드디어 용서를 구할 용기를 낸 일본 노인 하야마 가쓰이치로와 그런 그가 다시 찾아오길 묵묵히 기다려준 타이완 벗 랴오총.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한 채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타이완 청년 첸웨이즈와 그런 그의 앞에 일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미혼모로 돌아왔어도 삶에 낙담하지 않고 용감하기만 한 소꿉친구 창메이친. 이들은 모두 인생길의 어느 한 교차점에서 이미 만났다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한번 엇갈렸지만 그렇게 각자 접어든 길조차 마치 서로를 향하는 길이었던 것처럼 재회하고 함께 걷기 시작한다.

다다 하루카가 료렌하오와 재회했을 때 “솔직히 고백하면 너를 줄곧 잊을 수 없었어. 필사적으로 잊으려 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었어”라고 고백한다. 이 말은 오래전에 엇갈린 사람들이 사랑과 우정이라는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의 길에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로를 잊지 않는다. 잊지 못하는 그 마음이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들이는 것이 아닐까? 『타이베이의 연인들』은 사랑과 인연, 그리고 인생을 말할 때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요시다 슈이치가 타이완에 보내는 러브레터
소나기 쏟아진 후 햇살 더욱 찬란해지는 남국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오래전 엇갈린 인연들이 추억과 상처를 간직하고 모여들기 시작한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에는 주요한 공간적 배경인 타이완이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눈앞의 풍경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자연과 기후부터 거리와 골목, 음식과 문화와 역사,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국민성까지 요시다 슈이치의 애정 어린 시선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강렬한 햇살과 격렬한 스콜, 세찬 소낙비가 갑자기 쏟아져도 처마를 찾아들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여유, 밤이 되면 네온 불빛에 반사되어 환상적인 숲을 이루는 도시의 가로수, 같은 시간이라도 훨씬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남국의 시간 등 이 소설을 읽노라면 당장에라도 타이완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독자들이 타이완에 대해 더욱 이해하기 쉽도록 작가는 일본과 대비시키기도 한다. 가령 “결국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밖에”라는 타이완 특유의 대범하고 느긋한 낙천적 기질은 “예정대로 진행되기에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고지식한 가치관과는 뚜렷하게 대조된다. 이런 두 나라 사람들의 차이는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만 이것은 대립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찾는”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하는 상생과 공존의 길은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뿐만 아니라 타이완에 모여들어 다시 사랑하고 화해하고 치유하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적으로 모색된다.

저자소개더보기

요시다 슈이치
1968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나 호세이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2002년에는 『퍼레이드』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아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2007년에는 『악인』으로 오사라기 지로상과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2010년에는 『요노스케 이야기』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받았다. 이외에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분노』, 『사랑에 난폭』,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일요일들』, 『도시 여행자』, 『열대어』, 『사랑을 말해줘』, 『사요나라 사요나라』,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워터』, 『첫사랑 온천』, 『나가사키』, 『캐러멜 팝콘』, 『거짓말의 거짓말』, 『랜드마크』, 『7월 24일 거리』, 『동경만경』 등이 있다.


이영미(역)



도서목차더보기

2000년 역전의 수주
2001년 착공
2002년 700T
2003년 레일
2004년 양륙
2005년 시운전
2006년 개통식
2007년 춘절

옮긴이의 글

본문 주요문장더보기


타이베이라는 도시는 밤이 되면 거리의 냄새가 바뀐다. 스쿠터나 자동차의 소음이 줄어든 만큼 가로수들이 활기를 띠는지, 도시 전체가 숲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변한다. 실제로 런아이루나 둔화베이루 같은 큰 거리는 도로에 가로수를 심은 게 아니라 가로수 속에 도로를 만든 것처럼 보일 만큼 나무가 많아서, 밤이 되면 도시의 네온 불빛에 반사된 환상적인 남국의 숲이 떠오른다. 밤에 여기 런아이루를 걷다 보면 하루카는 왜 그런지 맨 처음 이 거리를 방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이미 육 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때는 설마 자기가 훗날 이 거리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51쪽

웨이즈는 젖은 티셔츠를 다시 짜서 운동복 바지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스쿠터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아즈?”라고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본 웨이즈 앞에 조금 전에 본 스쿠터가 멈춰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구아바의 젖은 잎에 둘러싸여서 햇볕에 그은 가느다란 다리가 지면으로 쭉 뻗어 있었다. 웨이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즈 맞지? 나야, 나, 창메이친” 하고 여자가 웃었다. “어? 어, 어어? 아, 아아, 아메이?” 소꿉친구인 창메이친은 분명 잘 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메이친과 눈앞의 여자는 너무나 달랐다. 횡설수설 어물거리는 웨이즈에게 “왜 그래, 혀라도 꼬였니?”라며 메이친이 웃었다.
―82쪽

하루카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에릭을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구 년이라는 세월이 도려내져서 구 년 전과 지금이 잇닿은 것 같았다. 시간이 만약 리본 같은 것이라면 구 년의 길이를 잘라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도려낸 구 년의 리본은 어디에 있을까. 하루카는 무심코 발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두 사람의 발밑에 잘라낸 리본이 떨어져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하루카는 크게 휘젓는 에릭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착각이라는 건 알지만 에릭이 그 손에 리본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리본의 다른 한쪽 끝을 잡으려고 반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흔들리는 리본은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246~247

“그 사람, 좋아해?” 가까스로 나온 말이 그거였다. 스스로도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루카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그 사람, 좋아해?”라고 묻고 만 것이다. 땀이 솟구쳤다. 하루카도 조금 놀라워했다. 렌하오는 이 분위기를 빨리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고베의 대피소 광경이 또다시 떠올랐다. 그 순간, 렌하오의 입술이 움직였다. 움직인 동시에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사람, 좋아해?”라고 렌하오가 거듭 묻고 만 것이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던 하루카가 “그 사람이…… 걱정돼”라고 중얼거렸다. 무슨 말인지 한순간 혼란스러웠다. “그 사람이 좋아”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하면서 “좋아하지 않아”라는 말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두 가지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288~289쪽

두 사람 사이에 육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놓여 있는 건 아니었다. 공항 한 귀퉁이에서 마주한 두 사람 사이에는 머나먼 날에 둘이 함께했던 농밀한 시간이 보였다. 찌는 듯 무더워서 잠들지 못했던 여름날 밤, 기분 전환 삼아 산책이라도 나가자며 데리러 왔던 나카노의 얼굴이 떠올랐다. (…) “……나, 왔어”라고 가쓰이치로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래, 잘 왔어”라고 나카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내미는 나카노의 손을 가쓰이치로가 부여잡았다. 그 감촉을 서로 확인하듯 힘껏 움켜잡았다. 그 힘이 남아돌아 나카노의 가슴이 부딪쳐왔다. 가쓰이치로도 지지 않으려고 그 등을 꽉 끌어안았다. 그 순간, 가쓰이치로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흘러나왔다. “요코가, 요코가 죽었어”라고. (…) 가쓰이치로는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요코가 죽은 후로, 아니 육십 년도 더 전에 이곳 타이완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날 이후로 줄곧 가슴 깊은 곳에 파묻혀 있던 뭔가가 지금 별안간 쏟아져 나왔다.
―357~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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